[써니디디, 인도에서 살고 사랑하기] HIV와 AIDS. 기적은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Categories: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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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 외대이문 정유선

써빙프렌즈 파견 단원
인도 하이데라바드


 

 

안녕하세요.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써니디디입니다. 지난번에는 제가 인도에 오게 된 이야기를 들려 드렸는데, 오늘은 제가 인도에 온 이유이기도 한 HIV/AIDS 사역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하이데라바드 Love In Action 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사랑하는 ‘Love In Action’

저희 팀 이름은 ‘Love In Action’입니다. 말뿐이 아닌 행함으로 사랑한다는 뜻인데요. 현지인 두 가정과 청년 둘로 구성된 팀에 써빙프렌즈 파견 단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팀 이름처럼 저희는 HIV/AIDS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집에 가거나 저희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면서 사랑하고 살고 있어요.

도시 내에 뜻 있는 기독인들이 만든 HIV/AIDS 전용 클리닉에 가서 상담이나 어린이 교육 등의 일을 돕기도 하고, 급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차량으로 병원에 데리고 가기도 하지만, 가장 중점이 되는 건 가정 방문을 중심으로 ‘Love In Action’ 하는 거예요. 어떤 날은 그냥 이웃집 마실처럼 단조로운 일상 이야기만 하다가 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마음이 무거워지는 참담한 이야기를 듣고 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HIV/AIDS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골수 문과생이었던 제겐 여기 오기 전까지 그저 ‘뭔지 잘 모르지만 전염도 된다니 참 무서운 죽을 병’이었어요. 차곡차곡 공부를 하면서 눈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HIV/AIDS로 면역 체계가 무너져 몸이 아픈 것뿐만이 아니더라고요. 피와 피의 접촉 혹은 성적 접촉으로 전염되다 보니 으레 색안경 낀 시선을 받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 많아요. 몸에도 힘이 없고 사회에서도 겉돌다 보니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해 경제적으로도 무너집니다. 가족 안에서 전염되는 경우가 많아 평화롭고 부유했던 가정들까지도 무너지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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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보니 그런 상황에 놓여 있을 뿐이었던 아이들

기구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서는 딸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 그 와중에도 생후 한 달도 안 된 신생아만 아들이라는 이유로 데려간 그런 아버지도 있고요. 교통사고가 났다가 수혈을 잘못 받았는데 의사들이 이리저리 ‘뺑뺑이’ 돌리는 동안 병이 진행되어 실명한 아저씨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매춘으로 감염되고 가족에게 옮긴 경우가 많다 보니, 과부와 아이들이 덩그러니 남겨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 집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은 잘 하지 않는 질문을 어릴 때부터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나는 왜 아파야 하지? 약은 왜 꼬박꼬박 먹어야 하지?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죽으면 다 끝인데 공부는 왜 해야 하지? 자연히 다른 아이들과 반응도 다른데, 또래보다 엄마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이 무서우리만큼 강하거나 아니면 그 어린 나이에도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의욕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마음 아프지만 그 아이들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태어났을 뿐, 태어나 보니 그런 상황에 놓여 있을 뿐이었던 아이들을요.

 

 

먹을 것을 나누고, 학비를 지원하는 아동결연사업

그런 이야기를 계속 듣던 차에, 써빙프렌즈 아동 결연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달이 쌀과 식용유 등이 담긴 식량을 배분하고 아이들 학교에 찾아가 학비를 납부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얼싸안기도 하고, 제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기도 했습니다. 아마 자기가 지나온 어려운 시간을 헤어 보면서 서러워 흘렸을 그 눈물에는, 안도감도 들어 있었어요.

그러나 제가 정말 놀란 건 몇 달이 지나고 아이들이 변하는 걸 봤을 때였어요. 먹구름이 낀 것 같던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고, 예의상 웃긴 하지만 서먹하던 제게도 진심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저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면서 놀랍게도 영어 말문이 트이는 거예요. 아동 결연을 통해 물질적인 필요가 채워진다는 점에만 주목하고 있던 저는, 아동 결연의 효과가 그 이상이라는 걸 똑똑히 보았습니다. 엄마들 마음에 고여 있던 무거운 돌을 치워 줬다는 걸, 그리고 그 덕분에 아이도 같이 햇살을 받고 피어날 수 있었다는 걸요. 미래와 희망이라는 단어를 지운 채 살고 있던, 가볍게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물어보면 당황하던 사람들이 미래를, 희망을 그려보기 시작했다는 걸요.

 

 

G와 맞잡은 손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살고 있던 수줍은 아이, G

그 중에서도 저의 자랑스러운 동생 G는 제가 팀으로 갔을 때 HIV/AIDS 환자 중 제 뇌리에 남은 유일한 이름이었는데, 부모님을 HIV/AIDS로 여의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이였어요. 행사를 마치고 흙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며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던 아이. 다시 와서 만나고, 아동 결연 서류를 준비하면서 G에 대해 더 알게 되었습니다. G가 1살 때 어머니께서, 5살 때 아버지께서 차례로 돌아가셨고 그 후로 쭉 할머니와 둘이 살아왔으며, 말수가 적고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지만 사실 매사에 무척이나 열심이어서 학교에선 줄곧 우수한 성적이었다는 것도. 그리고 어쩐지 G의 몸 상태에 대해 알게 된 친구들이 G를 왕따 시켰다는 것도요. 다시 만났을 때도 G는 늘 어두운 구석이 있어서, 할머니가 저에게 무어라 하소연이라도 하려고 하면 ‘이 언니는 우리말을 못하니까 얘기하지 마시라’며 조용히 할머니를 제지하곤 했어요.

그러나 결연이 진행됨에 따라 G의 표정은 놀랍도록 밝아졌고, 저 개인으로서는 딱히 G를 위해 대단한 거 하나 한 게 없는데도 병아리처럼 저를 따라다니며 반짝거리는 눈으로 말을 걸었어요. 그토록 공부를 잘 했어도 영어로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던 G는 언제부턴가 유창하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모든 환자들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는 날이었는데, 저는 G를 불러 앞에서 ‘한 말씀’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최선을 다했던 G의 노력을 다른 아이들이 보았으면, 그래서 ‘죽으면 끝인데 다 무슨 소용이야’ 하는 마음이 깨졌으면 싶었거든요. 언제나 없는 듯 조용하게만 살아온 G는 당황했지만 차마 거절을 못해서 짧게 해 보겠다고 했어요.

 

 

행사 날, 올망졸망 모여 있는 아이들 신발

 

 

행사 내내 기다린 G의 ‘한 말씀’ 시간이 되었을 때, G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요. 그러나 자기소개를 겨우 하고 말문이 막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희 현지인 간사 언니가 얼른 옆에 가서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고 G를 기다리고 몇 마디 거들며 도와주었지만 이내 언니도 눈물이 복받쳐 올라 뭐라 말을 하지 못했어요. 두 사람의 눈물은 아름다웠습니다. 저의 야심찬 ‘한 말씀’ 작전은 실패했지만 제 의도보다 더 좋은 걸 보았어요. 언니와 G 사이에 오랜 시간 쌓여 온 애정도, G에게 그 날이 어쩌면 새로운 도약이었을 거란 것도요.

 

 

아동결연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아이들이 많아요

G 말고도 결연을 통해 놀랍게 변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D는 집안 사정상 누나 A가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덩달아 미안하고 불편한 마음에 흥미를 잃었는데, D가 후원을 받으면서 누나 A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공부를 포기하고 삶에 의욕도 없고 말수가 서서히 줄어 가던 P는 처음으로 자신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엄마와 해 보았습니다. 응석받이로만 자라며 거의 야생적인 모습을 보였던 M은 알파벳을 차곡차곡 열심히 쓰고 있고, 교육은 돈만 잡아먹는 일이라고 회의적이었던 M의 어머니는 연신 고마움을 감추지 않아요. 기적은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M의 생애 첫 알파벳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서운 이름, HIV/AIDS

HIV는 한 번 피에 들어오면 몸에서 제거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어요. 진행을 늦추는 약이 있긴 하지만 매우 비싸고 부작용도 심해서 학계 일부에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을 정도입니다. 인도 정부에서는 무료로 그 약을 나눠 주지만 일부 종류만 나눠 주기 때문에 자기가 그 약과 맞지 않으면 방법이 없어요. 10년째 약을 먹어 온 저희 한 환자는 부작용으로 몸이 마비되고 있고, 약 종류를 바꿔야 하는데 바꿀 약 값을 감당할 자신도 없고 의사가 약을 더 먹다가는 부작용으로 기억 상실이 올 수도 있다고 해서 매우 상심하고 있습니다.

HIV/AIDS가 약해지고 있다고도 하고, 이젠 당뇨처럼 관리만 잘 하면 되는 병이지 죽을 병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 HIV/AIDS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무서운 이름입니다. 세계 최대 HIV/AIDS 창궐 지역은 사하라이남 지역, 그 다음은 인도라는 걸 생각하면 사실 괜찮다는 말은 그다지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우리가 손에 손을 맞잡고 담을 넘어 사랑을 전하는 게 필요합니다. 가난과 소외가 있는 현장에 현실적인 기적이 피어날 수 있으니까요. NGO의 탁월한 전문성이 담을 넘었을 때 언어와 문화도, 오해와 편견도 같이 넘어갈 수 있었어요. NGO에서, 공부하는 분야에서, 각자가 선 곳에서 우리는 아직 더 닿아야 할 곳이 많아요. HIV/AIDS도, 인도도, NGO도 그 중 하나일 거예요. 우리의 삶이 예배고, 선교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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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YWAM C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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